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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 나만 몰랐던 힙한 브랜드

 
 
 
 
 유통채널 별 상위권 제품을 서칭하던 중 29CM에서한 브랜드를 발견했습니다.
처음 본 브랜드가 갑자기 상위에 올라와서 의아했는데 아마 29CM에서 진행하는 일요입점회를 하면서 상위 노출에 영향이 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상세페이지 구성이 여느 국내 브랜드와 다른 것이 어딘가 정말 다를 것 같아 호기심이 생겨 더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KRAVEBEAUTY(이하 크뷰)는 유튜버 리아유 님이 만든 브랜드로 뉴욕에 기반을 두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계기로 뉴욕에서 브랜드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리아유 님은 수없이 쏟아지는 신제품들 속에서 피부보다 스킨케어가 우선시 된 건 아닌지 자문하며 'Press Reset'이라는 모토를 갖고 2017년 크뷰를 론칭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2019년 12만 명 이상의 커뮤니티를 보유할 만큼 빠른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제품을 넘어 브랜드의 올바른 영향력과 지속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고 2021년 10월 크뷰를 '리셋' 하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LiahYoo

 

Liah Yoo

Hey, I’m Liah! I create videos to make taking care of yourself more approachable by offering skincare, self-care, and lifestyle tips. This channel invites you to take care and #PressReset: I want to help you break down and decode the flood of information

www.youtube.com

 
 
 
 


 
 
 
 

리아유 님이 고민했던 올바른 영향력과 방향성


피부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피부는 똑똑하며 KraveBeauty는 이를 존중합니다. 우리는 당신의 피부에 맞는 시대를 초월한 제품을 만듭니다.
 
#Slowdown 스킨케어
뷰티 산업은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브랜드들이 의식적으로 생산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할 때입니다.
 
이해관계자를 섬기기
KraveBeauty의 미션은 모든 유해한 산업 표준을 재설정 하는 것이며, 성장 지향 모델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사업을 이익을 위한 힘으로 사용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익보다 사람과 지구를 우선시합니다.
 
 
크레이브뷰티는 이런 철학들을 기반으로 시작되었습니다. 
 
 
https://kravebeauty.com/pages/about-us

 

About KraveBeauty

Hi, we're KraveBeauty. Our day job is making skincare, but our passion is creating a more intentional world. We’re reducing our environmental impact, building an inclusive community, and rejecting traditional beauty conventions.

kravebeauty.com

 
 
 
 그런데 사실 요즘은 친환경이 대세이고 사회적기업에서 벗어나면 시대에 역행하는 브랜드로 낙인찍히기 때문에 이와 상반되는 브랜드는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제품 또한 상향 평준화되었기 때문에 자극 없이 순하고 오래 쓸 수 있는 제품들은 이미 많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모두가 이미 그렇게 말하고 있고, 제품력도 다 괜찮다면 소비자가 그 브랜드를,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가격이고 브랜드를 선택하는 기준은 진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크뷰가 소비자들에게 진정성을 전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1. 브랜드의 제품 구성

 
[클렌저]
• 말차 햄프 하이드레이팅 클렌저(약산성 클렌저)
   말차가루, 햄프씨드오일
• 메이크업 리와인드(젤리 오일 메이크업 리무버)
   포도씨 오일(업싸이클)
[토너]
• 케일라루야(각질제거)
   케일추출물(AHA 함유)
[세럼]
• 그레이트 배리어 릴리프(피부장벽 케어)
   타마누 오일, 잇꽃씨오일, 로즈힙오일 / 에어리스 벌룬용기
• 오릴 라 라(오일세럼 for 트러블 피부)
   로즈힙열매오일, 해바라기씨오일
[크림]
• 오트 쏘 심플 워터 크림(수분크림)
   오트
[선크림]
• 비트 더 선(가벼운 유기자차)
   비트 루트 추출물
[바디]
• 그레이트 바디 릴리프(바디 진정 보습 로션)
   타마누 오일, 세라마이드, 스쿠알란

 
 
 
 
 7년 차 브랜드의 판매 중인 제품 구성이라고 하기에는 8가지 품목은 턱없이 적은 수입니다.
브랜드 입장에서 보면(차이가 있겠지만) 처음 브랜드를 론칭 할 때 7~8개의 품목을 갖고 시작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요즘은 많이 나아져 품목이 줄기는 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름에 시카 라인을 론칭 한다면 시카 토너, 에센스, 크림, 마스크팩, 스팟패치, 클렌저를 생산하고 가을에 히알루론산 라인 론칭을 위해 시카 라인에 상응하는 히알루론산의 SKU를 구성해 출시합니다. 그리고 이 루틴은 시즌마다 반복됩니다.

 

 품목 당 MOQ는 5,000개이며 한 제품에 들어가는 부자재로는 토너 기준으로 용기, 막캡, 스크류캡, 용기 라벨, 단상자, 봉합 라벨, 인박스, 아웃박스이며 부자재마다 다양한 인쇄와 후가공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만약 오타가 난 상태로 부자재가 나왔다면 전량 폐기하고 재생산을 합니다. (폐기된 게 종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비닐이라면... 뭐 500년 뒤에 알아서 분해되겠죠. 그냥 비용만 생각하더라도 아찔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브랜드들이 시즌마다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이유는 몇 안 되는 품목으로 유지하기에는 변화가 빠른 뷰티 업계에서 뒤처지는 브랜드로 인식되고 새로움이 없어 고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시각각 바뀌는 소비자의 니즈와 시장의 흐름을 파악해 가며 신제품을 론칭하고 그에 따른 마케팅으로 새로운 고객들을 유치하며 매출을 올립니다.


 이렇게 쏟아지는 경쟁사들의 신제품들 속에서 불안하거나 걱정이 될 법도 한데 크뷰는 생산을 멈추라고 말하며 최소한의 품목으로 몸소 실천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지며, 정말 큰 용기와 결단이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2. 제품 컨셉 성분

  화장품의 컨셉 성분은 제품의 기능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제품에 스토리를 입히는 방법입니다. 더 나아가 브랜드의 정체성이 되기도 합니다. (ex. 피테라-SK2, 불가리안로즈-아이소이, 청귤-구달) 요즘은 성분보다 기능이나 사용감에 초점을 둔 제품들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성분 플레이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이런 화장품 컨셉 성분에도 트렌드가 있습니다.


 자기만의 스토리로 컨셉 성분을 잘 이용하면 앞서 말한 것처럼 직관적인 제품의 정보 전달, 브랜드의 정체성 확립이 되지만 트렌드에만 치중하다 보면 오히려 정체성을 잃을 수 있습니다. 쉽게 가려다 정말 쉽게 가는 격 또한 유행하는 성분을 사용할 경우 많은 브랜드들이 동일한 컨셉 성분을 사용하면서 그 안에서 차별화를 주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며 경쟁을 합니다. 그럼에도 브랜드사에서 트렌드의 흐름을 타는 성분을 사용하는 이유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성분에 대한 이미지를 심는 노력도 줄일 수 있고 효능도 검증되었으며 그 성분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크뷰도 병풀을 컨셉으로 한 제품을 만들었다면 민감성 피부가 고민인 소비자들이 유입이 되겠지만 다른 병풀 제품들과 경쟁을 해야 했을 것입니다. 혹은 병풀 유행이 지면 쌓아온 정체성을 내려두고 새로운 컨셉을 찾아야 하겠죠. 반면 크뷰의 컨셉 성분들은 철학에 맞는 비건이면서 크게 유행을 타지 않고 그렇다고 생소해서 성분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성분도 아닙니다. 이는 크레이브뷰티의 철학인 ‘시대를 초월한 제품’의 조건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3. 실행력

 진정성은 실천했을 때 비로소 빛을 보는 것 같습니다. 크뷰의 철학을 보고 있으면 환경과 뷰티 업계 개선에 진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런 메시지와 행동이 맞지 않는다면 반감은 더 커지기 마련입니다. 회사에서 저와 동료들이 예전에 친환경 메시지를 전하면서 실제로 실천하려면 우리가 없어져야 한다고 우스갯 소리로 말했던 게 떠오릅니다. 그만큼 소비재 브랜드들이 포화된 상황에서 지구를 생각한다면 브랜드의 존재만으로도 지구에 이롭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제품만 만들어서 판매만 한다면 말이죠.


 하지만 크뷰는 본인들의 메시지를 실천해 나가는 여정을 리포트로 공유하고 뷰티 업계 개선을 위한 법인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는 진정성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도 화장품 회사에 다니면서 수익성을 고려한 어쩔 수 없는 관행들에 쓴웃음을 지으며 수긍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렇게 실천하는 모습에서 저 자신에게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출처 : KRAVEBEAUTY Sustainability Report

 

 

 벤처 스튜디오 펀드인 Press Reset Venture(이하 PRV)는 초소비 주의와 무의식적인 자본주의를 조장하는 기존 VC 모델에 대한 재설정을 목표로 합니다. PRV는 패스트 패션처럼 변해버린 스킨케어 산업의 속도를 늦추고자 하는 스킨케어 브랜드인 KraveBeauty 출신의 팀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그리고 PRV를 통해 뷰티산업 내 스타트업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확장이 가능하도록 초기 단계 기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PRV의 펀드는 가치를 중시하는 브랜드, 혁신적인 B2B 제품, 포용성과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를 대상으로 합니다.

 

 

PRV는 뷰티 투자에서 확인된 몇 가지 일반적인 문제들로 인한 규범들을 재설정하기 위해 이 분야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문제 1.  햄스터 휠 성장 > 지속 가능한 성장

 VC 지원을 받는 회사는 어떤 경우에도 창업 팀이 성장하도록 엄청난 압박을 가할 수 있고, 고속 성장을 위해 현금을 더 빨리 소모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팀은 다시 모금의 햄스터 휠에 오르게 됩니다.

 

출처 : Press Reset Venture

 

문제 2. 주주가 먼저이고, 이해관계자가 그다음입니다.

 자본주의라는 개념은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기업은 이해관계자의 우선순위를 낮춰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주주 가치를 키워왔습니다. 고객, 직원, 공급자, 환경 등 이해관계자를 박탈함으로써 주주 가치를 높여왔습니다. 투자공간에서 '주주 우선주의' 개념에 도전하고, 이해관계자가 진정으로 좋은 일을 하고 올바른 일을 하면 재정적 성공을 이룰 수 있음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이를 직접 알고 있으며 이러한 관점의 변화를 굳게 믿습니다

 

문제 3. 뷰티 투자의 짧은 보유기간

 뷰티 산업은 막대한 자본 자금 유입으로 정의되어 왔는데, 뷰티 & 퍼스널 케어 투자의 평균 보유 기간은 3.7년인 것에 비해 전통적인 VC 투자의 경우 10~15년입니다. 인디 뷰티 브랜드는 투자자로부터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 이상으로 제품 라인을 확장하고 궁극적으로 더 큰 대기업에 인수되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습니다.

 

http://pressresetvc.com/

 

PressResetVentures

We’re Press Reset Ventures, a venture studio fund.

pressresetvc.com

 

 

 

 

4. 소통

 

 마지막으로 소통을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앞서 말한 크레이브뷰티의 행보에 있어 소통하는 팬들이 없었다면 혼잣말하는 사람과 다를 바 없었을 것입니다. 책 '타이탄의 도구들'에서는 1,000명의 진정한 팬을 확보한 브랜드라면 성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성공'의 정의가 다양하겠지만 목표 달성을 '성공'이라고 한다면 그 성공을 위해 리아유 님은 SNS를 통해 팔로워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팬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제가 크뷰 관계자가 아니라서 내부적으로 어떻게 소통하는지 디테일하게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마케팅 활용을 위한 형식적인 소통만 하지 않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공식 홈페이지 메뉴만 보더라도 메뉴를 클릭했을 때 제품보다 SNS 링크가 먼저 눈에 띄게 노출되는 게 인상적였고, 웬만한 댓글들에 대댓글을 남기는 모습을 보면서 소통에 진심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고객과의 소통이 중요한 이유는 브랜드의 찐 팬들이 나서서 브랜드 홍보를 해주시고, 쏟아지는 미투 제품에 대한 방어력을 키워주기 때문입니다. OEM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미투 제품도 증가했고 제품을 카피하는 것이 쉬워졌지만 그 브랜드의 팬까지 카피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아래는 박진영 님이 슈카월드에서 K-pop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한 내용인데 비단 엔터만의 얘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트와이스가 트와이스 스러움을 잃지 않으면서 팬들을 살피는 것처럼 뷰티 업계도 각자의 브랜드 철학과 정체성을 간직하면서 팬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것이 브랜드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 슈카월드

 
 
 
 


 
 

 


 저는 왜 뷰티 브랜드의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는지 고민을 종종 합니다. 

다양한 원인 중 하나로 유행에 민감한 사회를 꼽고 싶습니다. 유행에 민감한 사회로 변하면서 소비자와 브랜드 모두가 마모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언제는 더마 브랜드가 유행하고 언제는 비건 브랜드가 유행하다가 어느 순간 비건더마 브랜드가 나오기도 합니다. 각각의 그런 컨셉의 브랜드가 나오면 그래도 다행인데 한 브랜드에서 정체성이 의식의 흐름대로 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흐름 파악도 중요하지만 트렌드에 주객전도되어 정체성이 흔들려 서로 카피고 가격을 내리며 치킨게임하는 브랜드들을 보면 씁쓸합니다.


 저는 리아유 님만큼 환경에 대한 인식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제 코가 석자라서 사회적 약자를 볼 여유도 없습니다. 게다가 뷰티업계를 탈바꿈 시키겠다는 원대한 꿈도 없습니다. 단지 이 업계에서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모두가 닳고 닳아 마모되는 길을 걷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고 그런 의미에서 쉽지 않지만 소신 있는 선택을 한 리아유 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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